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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강 작가의 "깃털"
문득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다. 사랑이 담긴 눈으로 지그시 내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손을 뻩어 등을 토닥이는 순간, 그 사랑이 사실은 당신의 외동딸을 향한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. 그렇게 등을 토닥인 다음엔 언제나 반복해 말씀하셨으니까, 엄마를 정말 닮았구나, 눈이 영락없이 똑같다. 외갓집의 부엌 안쪽에는 널찍하고 어둑한 창고 방이 있었는데, 어린 내가 방학 때 내려가면 외할머니는 내 손을 붙잡고 제일 먼저 그 방으로 가셨다. 찬장 서랍을 열고 유과나 약과를 꺼내 쥐어주며 말씀하셨다. 어서 먹어라. 내가 한입 베어무는 즉시 할머니의 얼굴이 환해졌다. 내 기쁨과 할머니의 웃음 사이에 무슨 전선이 연결돼 불이 켜지는 것처럼. 외할머리에게는 자식이 둘뿐이었다. 큰아들이 태어난 뒤 막내딸을 얻기까지 십이 년에 세 아일를 낳았지만 모두 다섯 살이 되지 전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기 대문이다. 늦게 얻은 막내딸의 둘째 아이인 나에게, 외할머리는 처음부터 흰 새의 깃털 같은 머리칼을 가진 분이었다. 그 깃털 같은 머리칼을 동그랗게 틀어올려 은비녀를 꽂은 사람. 반들반들한 주목 지팡이를 짚고 허리로 천천히 걷는 사람. 대학 1학년 여름방학에 혼자 외가로 내려가 며칠 머물다 올라오던 아침, 발톱을 깎아드리자 할머니는 "하나도 안 아프게 깎는다.....(네 엄마가)잘 키웠다"고 중얼거리며 내 머리를 쓸었다. 헤어질 때면 언제나 했던 인삿말을 그 날도 하셨다. 아프지 마라, 엄마 말 잘 듣고, 그해 10월 부고를 듣고 외가에 내려간 밤, 먼저 내려와 있던 엄마는 나에게 물었다. 마지막으로 할머 니 얼굴 볼래?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손을 잡고 병풍 뒤로 가 고요한 얼굴을 보여주었다. 유난히 흰 깃털을 가진 새를 볼 때, 스위치를 켠 것같이 심장 속 어둑한 방에 불이들어올 때가 있다. |
출처 : 한강,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글 '깃털' 발표 [전문] : 네이트 뉴스 (nate.com)
전 세계가 전쟁으로 인해 힘들어하는데 내가 어찌 노벨상에 기뻐 인터뷰를 하고 기뻐할 수 있는가?라고 했던 아시아 최초 여성 노벨문학상의 한강 작가의 노벨상 발표 이후 첫 소회이다.
이 어찌 감동이 없을 수 있겠는가?
동 시대에 원문으로 노벨상을 읽을 수 있는 기쁨을 주고 세상에 던지는 화두는 작금의 노벨상이 부족해 보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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